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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문화공감 수정, 부산에서 만난 역사의 흔적 적산가옥 정란각


방쌤의 여행이야기


부산 정란각 / 부산 적산가옥

부산 일본식가옥 / 문화공감 수정

부산 문화공감 수정, 정란각


정란각,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곳이다.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으로 일제강점기 때 부산 철도청장의 관사로 지어진 건물이다. 1939년에 지어졌으니 벌써 지어진지 80년 가까이 된 가옥이다. 관사로 사용이 되다 해방 이후 개인이 구입을 해 그 이후로는 기생집으로 운영이 되었다고 한다. 한 때 이 곳에서 일했던 기생의 수가 200명을 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을 해볼만 하다. 2007년 7월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고, 도시환경이 바뀌면서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지금의 그 모습이 심하게 훼손이 될 가능성이 있어 2010년 문화재청에서 이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침략과 수탈을 절대 잊지 말자는 뜻에서 2012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이 가옥의 관리를 맡겼다. 그 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6억여원의 비용을 들여서 시설들을 복원하고 보수한 뒤 지금의 이름인 '문화공감 수정'으로 대중들에게 공개가 되었다.





가을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날


정란각으로 들어가는 입구. 마당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모습이다.





떨어진 잎들을 쉴 새 없이 쓸고 계시던 아저씨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정성스럽게 대답을 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공감 수정 , 정란각


일본식 전통 가옥에서 즐기는 전통 차 한 잔


가격은 동일하게 모두 4.000원이다.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주문을 받는 곳이 따로 있으니 그 곳에 마시고 싶은 차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그 자리로 차를 가져다 주신다. 





사실 몇 달 전부터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상하게 나는 햇살이 따뜻한 날 보다는 이렇게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 한 번 찾아오고 싶었다. 그냥 괜히,, 햇살이 좋은 날 보다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이 유난히 많은 일본식 가옥을 찾으면서 볕이 없는 날을 일부러 고르다니 그 설명이 어쩌면 조금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 머리 속에는 일본식 가옥이라는 단어보다는 '적산가옥'이라는 단어가 더 깊게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듯 하다. 우리가 일본식 가옥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적산가옥'이라는 단어,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은근 많지 않은 것 같다. 


'적산가옥'

일단 적산이라는 말은 적의 재산을 의미한다. 일본이 세계 2차대전에서 패망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점령지였던 우리나라에 남겨놓고 간 건물들, 그 중에서 주택들을 통칭해서 적산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 짧은 단어 하나에도 우리나라의 아프고 아팠던 그리고 지금도 아픈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절대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안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창이 많은 일본식 가옥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양식이다.





아래 단을 꽤 높이 쌓아 올렸다는 느낌이 든다. 또 그 앞으로 약간은 깊게 수로가 파인 모습도 눈에 띈다.





빗소리가 참 맑았던 날

괜히 예전의 그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본다.





마당 한 켠에는 우리의 그것과는 꽤 많은 외형상의 차이를 보이는 석등도 하나 자리하고 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들어오는 길에서 보이는 입구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는 생각에 우산을 받쳐 들고 다시 들어왔던 길을 돌아 나가본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저 멀리에서 부터 '저긴 어디지?', '저기가 정란각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비가 와서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나름 매력이 있다. 이 곳에 오래 거주하신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만약 계시다면 지나다 이 곳을 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실지 그 세월의 무게가 가득 쌓인 생각들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평소와 비교하면 사람들의 수가 굉장히 적은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래도 1층에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라 사진을 마음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위를 서성이며 1층이든, 2층이든 사람들이 잠시 비는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2층에 있던 마지막 손님들이 자리를 떠나고 조금은 편안하게 내부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좁고 길게 이어지는 복도. 낮에도 이렇게 등에 불을 켜두시는가? 등에 불이 들어온 모습과 복도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소리를 제외하곤 그 어떤 작은 소음조차 없는 공간. 걷는 걸음걸음이 괜히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렇게 작은 방들이 층마다 여러개 있고, 조금은 큰 방에 탁자가 2-4개 정도 놓여진 곳도 있다. 창 밖 풍경이 보이는 곳은 1,2층에 각각 1개씩의 방이 있는데 1층이 조금 더 큰 편이라 탁자가 4개이고, 2층은 조금 좁은 편이라 탁자가 2개 놓여있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좁은 복도를 따라 미로처럼 이어지는 길. 재밌게도 어디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모두 다 다시 만나게 된다. 





물론 열고 닫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공간 활용 측면에서는 미닫이문이 가장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사진을 담기 매력적인 장소이다 보니 옷을 갈아입으면서 장시간 사진을 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보다. 그래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 뭐든 적당히,, 그게 중요한 것 같다.





나 혼자 독차지한 2층 창가가 보이는 큰 방


방에서 혼자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신나게 놀기!!!





잠시 점잖게,,, 앉아서 차도 한 잔 즐겨보고





그래도 계속 창 밖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창 밖으로 내리는 가을비 그리고 그 소리, 한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엉덩이는 소중하니까,,,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둘러보는 복도.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을까?








일본식 전통 가옥에서의 차 한 잔


그러고 보니 나도 벌써 여러 곳의 적산가옥을 다녀왔다. 군산의 히로쓰가옥, 포항 구룡포의 하시모토 가옥, 보성 벌교의 보성여관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부산 수정의 정란각까지 내가 당장 기억하는 것만 해도 4군데나 된다. 


적산가옥


굳이 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해서 보존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번 쯤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피눈물 흐르는 아픈 역사, 그것을 절대 잊지 말자는 것이 그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그냥 가볍게 차 한 잔 즐기러 가도 좋겠지만 이런 일본식 가옥들이 왜 지금 대한민국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지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라면,, 그냥 나라면,, 기모노 입고 셀카는 찍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즐겁게 보셨다면 공감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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